편지 링크 남겨 주고 갈 줄 알았는데 이렇게 숨겨 놓고 가다니, 시완아. 희진 언니한테 소식 듣고 급하게 막차 탔다. 나도 편지 쓰고 싶었단 말이야. 첫 편지는 어그로로 시작하려 했다만 어떻게 첫 편지부터 그러나 싶어서. 편지 쓰는 스타일이 평소 내 말하는 스타일과 좀 달라서 낯설게 느껴지면 어떡하나 괜한 걱정 중이다. 어떠면 우리가 밖에서 나눈 대화보다 편지로 나누는 말들이 많을 수도 있겠다 싶네. 즐겁게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.
상투적인 질문이지만 잘 지내고 있니? 군대가 아니더라도 낯선 환경에 들어가면 생각이 많아지는 게 사람이니까. 큰 마음 고생 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어떤 마음을 지니고 있는지 궁금하다. 복잡하지 않은 마음이면 좋겠네. 다들 널 많이 생각하고 보고 싶어해. 나도 그렇고. 희진 언니나 진혁 선배만큼 깊은 얘기는 못 나눴지만 매일 얼굴 보던 사이니까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더라고. 나는 이제 슬슬 몸이 회복되고 있는 중인데, 얼른 간호 마스터해서 이 골골거리는 나도 케어해 줄 수 있겠니. 선배, 약 드셔야져. 요즘 네 억양 성대모사를 익혀서 주변 사람들이 시완이 얘기 꺼내면 내가 옆에서 '맞죠'라고 해 준다. 희진 언니한테 들었는데 너도 관계적으로 속으로 앓는 타입이라고 하더라. 안에서 외롭더라도 밖에 사람들은 항상 널 기다리고 있으니까 혹여나 외롭다면 이 소식으로 그 마음이 좀 상쇄되면 좋겠다. 시기가 뜸해지더라도 네가 돌아올 자리는 분명하게 있을 테니까. 입대할 때 p.s.로 적었던 말 기억하지. 그거 담보로 잡고 찾아 주라. 널 위해 쓴 말이기도 하지만 날 위해 쓴 말이기도 하니까. 나의 필요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 주길 바란다. (ㅋㅋㅋ) 그렇게 해 줄 수 있지?
임실의 풍경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여기는 철쭉이 다 지고 장미가 피고 있다. 날도 더웠다 추웠다 일교차가 심한데 몸 관리 잘해, 시완아. 몸이 덜 아파야 마음도 덜 아파. 내가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부분이다. 안에서 이 생각 저 생각 하다가 고민이 생기면 질문을 던져 주어도 좋아. 네 눈에 어떻게 보일지는 모르겠다만 나도 굉장히 생각 많은 사람이거든. 해답은 못 줄 수도 있지만 같이 고민한다는 존재감은 전해 줄 수 있어.
그곳 안에서 훈련도 훈련이지만 조금 더 성숙해진 시완이가 될 수 있길 바란다. 선배라기도 민망하지만 네가 나올 쯤이면 조금 더 든든한 선배가 되고 싶어. 너무 교훈적인 편지가 됐을까? 하지만 편지의 묘미란 이런 것 아니겠니. 막차 안 놓쳐서 다행인 것 같아. 다음에 또 편지할게.
220515
소희가