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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넉넉한 쓸쓸함, 이병률

우리가 살아 있는 세계는

우리가 살아가야 할 세계와 다를 테니

그때는 사랑이 많은 사람이 되어 만나자

 

무심함을

단순함을

오래 바라보는 사람이 되어 만나자

 

저녁빛이 마음의 내벽

사방에 펼쳐지는 사이

가득 도착할 것을 기다리자

 

과연 우리는 점 하나로 온 것이 맞는지

그러면 산 것인지 버틴 것인지

그 의문마저 쓸쓸해 문득 멈추는 일이 많았으니

서로를 부둥켜안고 지내지 않으면 안 되게 살자

 

닳고 해져서 더 이상 걸을 수 없다고

발이 발을 뒤틀어버리는 순간까지

우리는 그것으로 살자

 

밤새도록 몸에서 운이 다 빠져나가도록

자는 일에 육체를 잠시 맡겨두더라도

우리 매일 꽃이 필 때처럼 호된 아침을 맞자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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